헌터 X 헌터 (Hunter X Hunter) 키메라 앤드 편, 통칭 ‘개미 편'을 읽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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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토가시 요시히로의 헌터 X 헌터 개미편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헌터 X 헌터, 혹은 헌헌의 열성적인 팬이다.
팬으로서 지금껏 수도 없이 이 만화를 재탕 (다시 읽기) 해 왔다고 자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적게 본 편이 있는데, 이는 바로 키메라-앤트 편, 통칭 헌헌의 ‘개미편'이다.
‘개미편'은 어떠한 편인가? 헌터 X 헌터는 이 시리즈를 기준으로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미편 전까지가 다소 하드하지만 여전히 밝고 희망 있는 소년만화였다면, 개미편에 돌입하며 이 만화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잔인하고 어두워져 성인 액션 만화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
필자는 개미편을 상당히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제대로 여러번 돌려본 적이 많지 않다. 족히 200번은 다시 읽었으리라 장담하는 ‘그리드 아일랜드 편'에 비하면 개미편은 고작해야 20번 정도 다시 읽지 않았을까. 그것도 중간중간 힘들면 하차하기도 하고, 어딘가 뛰어넘기도 한다. 그렇다. 개미편은 읽기에 너무 힘들다.
단순히 잔인하고 고어해서가 아니다. 캐릭터들의 멘탈이 흔들리고, 지금껏 믿어왔던 신념들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모습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인간과 자연, 아군과 적군의 경계선을 그렸다가도 일부러 흐린다. 개미편은 한 없이 냉혹하고 무자비하면서도, 협과 인간성이 있는 두 얼굴의 전장이다. 완성도가 높고 철학적인 메시지도 심오하다.
그러나 방금전까지 포옹을 나눈 아군이 무참하게 살해당하고, 적군의 손에 놀아나고, 또 같은 아군을 때로는 방패막이나 버리는 패로 써야 하는 딜레마, 매분 매초 일어나는 지능적 — 육체적 공방의 묘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큰 피로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멋진 만화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나는 때마다 패배하여 제대로 완주하지 못하였기에 작은 부채감 또한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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